낸시 그레이스, 정의의 사자인가 마녀사냥꾼인가. 뉴스속의 미스터리

남편이 임신 8개월의 아내를 살해하고 옷장에 유기한 사건을 열정적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낸시 그레이스. CNN에 자신의 이름을 딴 쇼를 갖고 있을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미국의 인기 방송인 가운데 낸시 그레이스(Nancy Grace)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중계방송 해설자인데, 뭘 중계하냐면 바로 살인과 납치, 그리고 재판입니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미국언론은 범죄현장이나 재판을 TV로 중계합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위한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야구와 풋볼, 농구에 버금가는 엔터테인먼트가 된거나 다름없습니다. 흉악한 살인범, 엽기적인 범죄의 재판일수록 각 방송사가 중계권을 다툰다. 심지어 24시간 스포츠 채널처럼 재판 중계만 전문으로 하는 케이블TV채널(Court_TV)도 있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살인범 재판이 열렸다고 해보죠.
 “지금 검사의 논고 날카로웠어요. 변호인 빈틈을 잘 파고들었는데요.” 
“아, 저기 배심원 동요하는 모습이 보여요.” 
“지금 증언, 피고에게 상당한 타격이 되겠는데요.”

 또 예를 들어 어린아이 하나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보죠.
"지금 피해자 가족 집 앞에 현장중계차 나가 있습니다." 
"피해 어린이의 평소 일상과 행보를 봤을 때, 어디어딘가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군요." 
(범죄 전문가 초청해) "유괴범을 프로파일링으로 분석해본결과 범인은 30대 저학력 백인으로 추정됩니다." 운운...

 그런 점에서 미국 재판 생중계TV에 있어 낸시 그레이스는 하일성이나 허구연같은 존재입니다. 조지아주 메이컨 출신으로 머서대 로스쿨 졸업 후 10여년간 검사로 일했던 그녀는, 1990년대 OJ심슨 재판 생중계를 계기로 범죄전문 해설가로 변신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가수 제니퍼 허드슨 가족 살인사건을 생중계하고 있는 낸시 그레이스.
그녀의 전매특허는 범죄관련자에 대한 시원시원한 독설과 예단인데요. 경찰을 TV앞에 불러다놓고 “당신 도대체 뭐한겁니까, 그러고도 국민 세금을 받아먹나요?”라고 호통치고, 범죄 용의자에게는 “나는 당신 말을 믿을수 없어요. 내 말에 똑바로 대답하세요. 당신 거짓말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추궁합니다.

 인권침해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이지만, 그녀의 화법에 시청자들은 열광합니다. 정식 재판으로 범죄자들을 처벌하려면 수년이 필요하지만, 낸시 그레이스는 결코 오래 끌지 않기 때문이죠. 용의자, 범인, 경찰을 TV에 끌어내서 그자리에서 통쾌하게 ‘인민재판’시키기 때문이죠. 심지어 지난 9월 그녀가 새로 런칭한 TV프로그램의 제목은 ‘신속한 판결’(Swift Justice)이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낸시 그레이스의 가장 유명한 사건은 ‘트렌턴 듀켓 유괴 사건’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2006년 8월 플로리다에서 한국계 입양아인 어머니 멜린다 듀켓(한국명 이미경)와 미국인 남편 사이에 태어난 2살 아기 트렌턴 듀켓이 감쪽같이 유괴된 사건으로, 전미 언론의 주목을 받았죠.
사라진 아들 트렌턴을 찾기 위해 사진을 들고 나선 어머니 멜린다 듀켓(한국명 이미경)

 2006년 9월, 멜린다 듀켓은 CNN의 낸시 그레이스 쇼에 전화인터뷰했습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녀를 찾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정작 방송시간이 되자 낸시 그레이스는 전혀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아들이 자고 있을 때 당신은 어디 있었나요?”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받아봤나요?”라는 공격적 질문을 쏟아냈죠. 마치 어머니가 범인이라는 투로 말이죠. 멜린다 듀켓이 당황하자 “당신은 지금 내 질문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사항도 대답하지 않고 있소!”라고 집요하게 추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방송 몇시간 전 멜린다 듀켓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어린이 행방불명 사건은 이제 의문의 자살 사건이라는 또다른 미스테리를 낳았습니다. 유가족과 시청자들은 “그녀가 자살한 것은 그레이스가 의도적으로 범죄자로 추궁했기 때문“이라며 언론을 비난했습니다. 특히 낸시 그레이스의 방송 태도, 그리고 언론 취재와 윤리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반면 낸시 그레이스를 옹호하는 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안된 일이긴 하지만 법적으론 문제 없다는 것이죠. 낸시 그레이스 본인은 전직 검사 출신답게 “불과 10분도 안되는 인터뷰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며 법적으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어린이 행방불명사건을 수사한 경찰 및 수사진들 역시 멜린다 듀켓을 한때 용의자 선상에 올린 적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범행을 저지른 그녀가 방송후 죄책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두달 후 유가족은 CNN과 그레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TV의 무소불위 재판관이었던 그녀가 이제 피고로 법정에 서게된데 대해 많은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21일, TV및 언론은 4년을 끌었던 낸시 그레이스 재판이 마침내 종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CNN과 낸시 그레이스가 유가족에게 보상금으로 20만달러를 지급하도록 합의된 것이죠. 또한 합의금은 실종된 트렌턴의 수색비용으로 사용된다고 합의했습니다.

합의 내용만 보면 사실상 낸시 그레이스의 패배로 끝났다고 할수 있을텐데요. 그렇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었고, 행방불명된 아이는 4년째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살해당했는지도 알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낸시 그레이스는 아직도 왕성하게 방송하고 있습니다. 두권의 소설을 펴내며 추리소설가로도 데뷔했습니다. 과연 트렌턴 행방불명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낸시 그레이스의 방송은 옳았던 것일까요. 미스테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TV실시간 생중계방송으로 말이죠.

덧글

  • 배둘레햄 2010/11/24 08:59 # 답글

    미드 Justice를 보면, 이 여자를 모델로 한 캐릭이 하나 나오죠.

  • 오옷 2011/03/10 05:01 # 삭제 답글

    예전에 우리나라도 비슷한사건이 잇었네요 친모는아니었고
    계모였는데 실종된 아이를 찾다는고 아이사진을들고 언론에 나왔는데
    수사후 계모가 아이를 죽인걸로 밝혀졌죠. 그녀는 각종범죄 살인사건을 많이 다뤄봤을테니
    그런직감을 하고 추궁을한듯하네요.
    그래도 조오금 경솔하지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녀의 스피드판결의 표현일수도있지만~
    죽은자는 말이없으니 사건이 되려 미궁으로 좀 빠져버릴수있는거니까요. 그래도 이슈로 주목받은게아니라 불의에 분노하는 정의롭고 워낙 강성인분이라 생각하고싶네요
  • 크르크르 2011/04/14 19:50 #

    그럴리가요. 무죄추정의 원칙을 쌈싸먹는 사회적 살인이 만연하겠죠.
  • 2011/10/03 23: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11 15:2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그리고... 2015/08/11 22:32 # 삭제 답글

    이때당시에는 이것밖에 없었지만
    그후에도 또다른 아이엄마를 분신자살시키고
    오래전에사고사당한레슬러를 약물중독이라고 우기고
    심장마비로 죽은 레슬러도 약물중독이라고 우겨서
    오질나게 욕을 쳐먹은 그냥 천하의 개썅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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